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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초등생용 역사책 시리즈들

성인이 돼서 역사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도 학창 시절 역사 수업은 괴로운 시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나뉘었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도식화된 시대 구분, 딱딱하고 생소한 용어들, 외워야 할 연표와 역사인물 등 ‘역사’를 다가가기 싫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아이들의 사정도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그랬던 사람들도 어른이 되면 곧잘 역사책을 본다. 왜 그럴까? ‘공부’로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기 때문이리라.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사극들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곧잘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은 무게를 더한다. 그래서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책을 읽게 되는 단계의 초등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역사책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역사가 괴롭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세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3~4년 전에 시작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두 종류의 한국사 시리즈가 같은 시기에 완간됐다. 두 시리즈는 각각 다른 콘셉트로 한국사에 접근했지만 어린이에게 역사책을 어떻게 읽힐 것인가에 관한 매우 실질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에게 참고가 된다.

역사교사모임서 3년만에 완간… 고대사∼김대중 정부까지 다뤄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 세트 - 전10권 - 10점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서른 외 그림/휴먼어린이

김선옥(서울 상경중), 김육훈(서울 신현고), 남정란(서울 태릉고), 박선희(서울 고명중), 방지원(신라대) 교사 등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이 집필했다. 1988년 결성된 이 모임은 2000여명의 역사교사들이 가입돼 있는데 2002년 한국사 대안 교과서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 2005년 세계사 대안 교과서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펴낸 바 있다. 
 
2008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을 위한 대안 교과서’를 표방한 만큼 고대사에서부터 김대중 정부에 이르는 현대사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르고 있다. 질곡 많은 한국사를 어린이에게 말할 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부분들을 피해가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했다. 시기별로 보자면 고대사 1권, 삼국시대 및 남북국시대 1권, 고려시대 2권, 조선시대 4권, 식민지시대 1권, 현대사 1권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스러운 책읽기를 유도하기 위해 본문에선 독서의 호흡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없앴다. 대신 본문에서 충분히 서술하지 못한 정보들은 ‘문화재를 찾아서’ ‘세계 속의 한국인’ ‘만약에’ 등의 코너에 별도로 담았다. 소재가 되는 시대의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중요한 역사인물, 당시의 국제관계를 적절히 섞어 종합적 역사인식을 도우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엿보인다.

일선에서 다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들이 쓴 책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지루해 할 즈음엔 가상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자유자재로 삽입하는 감각을 선보였다. 컬러풀한 사진과 그림이 두세 쪽마다 등장하지만 독립된 자료로 읽히기보다는 본문과 조화를 이뤘다는 느낌을 준다.

KBS ‘역사스페셜’ 작가들 집필… 사건·인물중심 눈높이 맞춰 설명

KBS의 인기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스페셜> 제작에 참여한 방송작가들이 집필했다. 4년여에 걸쳐 완간된 이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역사스페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시리즈 역시 선사시대에서 출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되긴 했지만 정통 역사 서술 방식이 아닌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어린이들이 역사 수업 시간에 흥미를 가질 만한 거의 대부분의 인물과 사건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조선시대 인물까지밖에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쉽다.

구석기 시대를 다루는 첫 번째 책은 충북 청원군 두루봉 동굴 지역에서 발굴된, 발굴자의 이름을 따서 ‘흥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4만여년 전의 5살 어린이 인골에서 착안, 현대의 어린이가 흥수와 함께 4만여년 전 구석기 시대를 둘러보고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책들은 어린이가 직접 과거로 찾아가는 구성은 아니지만 역시 역사 속 인물이 어린이를 찾아와 자신이 살았던 시대로 안내하는 장면이 프롤로그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독자로 하여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게 만드는 장치인 셈이다.

이 시리즈는 한국사 전체를 조망하거나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건조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소재가 되는 사건과 인물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물과 유적지 등에 대한 보충자료는 ‘역사스페셜 박물관’으로 따로 묶어 소개했다. 권수가 많은 대신 분량은 64쪽으로 짧은 편이다. 모두 41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동원됐는데 각각의 그림체를 비교해가며 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2010.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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